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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경쟁에 길들여진 우리들은, 승자가 더 많이 갖는 구조에 대해 특별한 의문을 갖지 않는다. 성적이 좋은 학생이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이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당연한 거라고 여기면서 살아왔다. 이 책에서는 경쟁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님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지적하고 있다. 

 

승자독식사회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

<승자독식사회>에서는 소수의 사람만이 누리는 프리미엄을 위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경쟁에 뛰어들게 되면서 오히려 낭비를 일으킨다는 것을 지적한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월스트리트의 펀드매니저가 되기 위해 명문대에 입학하는 것, 월스트리트의 변호사가 되기 위해 로스쿨로 몰려든다.

 

하지만 승자를 승자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성적, 그들을 줄세울 수 있는 것은 명확한 지표가 될 수 있는 학점뿐인 것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학교의 학점이 다른 학교의 학생보다 훌륭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을까? 모두가 같은 형태의 경쟁을 하지 않기에 효율적인 판단이 옳은 판단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승자독식시장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승자로서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낭비적인 경쟁을 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촉구한다. 승자독식시장이 생겨나게 되는 이유는 여러 연구결과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약 80%의 사람들이 자신의 운전 실력을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했고, 80% 이상의 사람들이 자신의 생산능력을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승자독식 경쟁에서 자신의 승리를 낙관하는 경향을 가진다. 자신의 승산을 과대평가할수록 승자독식시장에 뛰어드는 사람의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승자독식시장의 평가는 절대적이지 않다. 올림픽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빠르다. 금메달과 은메달의 능력차이는 미비하다. 단 0.01초 차이만으로 승패가 갈린다. 금메달 선수와 은메달 선수의 능력차이가 절대적인가? 상대적인 능력차에 의해 받게 되는 보상이 다를 뿐이다. 승자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재능이나 노력의 미미한 차이로 인해 엄청난 소득차이가 난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승자독식시장은 왜 생겨나는가

시간적, 공간적인 제약에 기반한 선택이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벌어진다. 동시간대에 방영하는 드라마를 떠올려 보라. 우리는 동시에 두 가지를 시청할 수 없고, 한 가지의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해 시청률에서 성공한 드라마와 실패한 드라마로 나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들의 인지적인 한계 역시 승자독식시장에 한몫을 한다. 우리는 모든 제품들을 다 기억할 수 없고 오로지 몇 개의 제품들만 기억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소비자에게 각인되기 위해 오늘도 수없이 많은 광고들이 제작된다.

 

승자독식시장의 일반화로 인해 우리가 잃게 되는 것

심리학자 톰 길로비치는 심리적 만족감을 얻기 위해 왜곡된 평가를 내리는 현상을 개리슨 케일러의 소설에 등장하는 마을 이름을 따서__위비곤 호수효과(Lake Wobegon Effect)라고 부른다. 자신을 평균 이하로 생각하는 게 유쾌하지 않기에, 근거 없이 자신을 평균 이상으로 평가하는 손쉬운 해결책을 택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과대평가하게 됨으로써 사회적, 개인적으로 최적의 직업을 선택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시장 동기의 기본 원리를 잘 알고 투자해야 사회적으로 최적의 직업을 선택할 수 있지만, 승자독식시장은 시장동기에 의해 비효율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시장동기가 최고 실력자를 가려내는 데 드는 비용을 줄여주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승자독식시장의 공식에 맞는 것들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다. 이런 점들이 옳은 일일까? 미디어들은 노출수를 높이기 위해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것들을 걸러내지 않고 내보낸다. 무가치한 책들이 뉴욕타임즈에서 광고한는 이유만으로 베스트셀러가 된다. 그 반대의 것들, 유익한 컨텐츠들은 기회를 얻지 못한다.

 

인간이 어른으로서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다양한 문제해결능력과 사회적 기술을 획득해야 하는데, 현재의 우리 아이들은 TV를 보며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TV는 높은 시청률을 목표로 하기에 정상적인 인지발달과 정서발달에 필요한 올바른 자극을 제공하지 않는다. 승자독식시장이 심화되면 심화될수록 우리 모두의 손해가 커진다는 것이다. 오히려 질을 떨어뜨리는 경쟁들이 생겨난다.

 

승자독식시장에 대한 현실적인 처방책

철학자 마이클 월저는 불평등이 어떤 영역에서는 더 큰 고통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소득이 높아야 비싼 자동차를 살 수 있다는 사실은 받아들일 수 있어도, 소득이 높아야 좋은 학교에 다니고 기본적인 의료혜택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돈이 있어야 해외로 해외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은 받아들일 수 있어도, 돈이 있어야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견뎌내기 힘들다. 

 

저자인 로버트 프랭크는 누진소비세를 적용하여 승자독식사회의 결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보았다. 최고실력자들에게 무거운 조세부담을 주어 경제질서가 잡힐 뿐 아니라, 가장 재능 있는 시민들이 가장 생산적인 일로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다고 보았다.

 


이 책은 어떤 현실적인 정책에 대한 제안을 다루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뿌리 깊이 박혀버린 당연스런 '경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것을 촉구하는 책이다. 승자독식시장이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서 수없이 많은 사람이 경쟁에 뛰어든다.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으로서도 자신의 역량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함을 느꼈다. 제3자의 입장으로 현재 나의 위치와 능력을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성공한 사람의 사례만 듣고 나의 능력을 따져보지 않은 채 뛰어드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따져봐야겠다. 돈과 시간이라는 개인적 자원을 낭비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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